얼마전 부푼 기대감을 가지고 '차우'란 영화를 보게 되었다.

어느 정도 영화와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던 난 이미 수많은 평을 들었고 많은 스포일러들을 봤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보다는 많이 손해보는 느낌을 가지고 영화관에 들어설 수 밖에 없었다ㅡㅡ




일단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내가 봤던 평은 호불호가 뚜렷히 갈리고 있었다.

한국형 괴수영화의 완성판이라느니, 엄태웅의 연기가 빛나는 영화라느니 하는 호평들과

호러인지 멜로인지 코미디인지를 알 수 없는 장르의 영화라느니, CG가 허접하다느니 하는

혹평들이 난무했다.



난 마음을 비우고 영화관에 앉아 진짜 '내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믿을 수 없다'의

마인드로 영화를 관람하기 시작했다.

초반은 아주 압도적인 호러였다.


보이는가....ㅡㅡ

멧돼지가 뜯어먹다 남은 손이.........

이외에도 멧돼지가 사람을 습격하며 좀 더 잔인한 호러의 장면들이 연출됐다.

무시무시한 괴수의 출현을 알리기에는 충분한 정도의 임팩트가 있었다.



문제가 발생한 마을은 막 귀농의 붐을 업고 돈을 벌어들이기 시작한 시골의 작은 마을이다.

주말농장이니 가족농장이니 하며 막 돈맛을 알게된 이장패거리들은 당연히 이러한 사건의

발생이 반갑지 않다. 이 사건이 밖으로 새나가는 날에는 마을의 돈줄은 끝이기 때문이다.

하여 이들은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포수들을 고용하게 된다.

이때 나타난 이가 바로 이 사람이다..... 두둥~~~!!


윤 제 문... 이 배우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지 모르지만 이 배우의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

들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아한 세계'에서 송강호를 끝까지 괴롭히다 교통사고로 죽은 '노상무'로부터

'괴물'에서 괴물의 입에 휘발유를 부어넣은 노숙자,

또 비열한 거리에서 조인성에게 배반당해 여동생의 결혼식날 화장실에서 최후를 맞이한 '상철',

모두 임팩트가 강한 조연전문 배우였다.

솔직히 난 이 배우의 등장으로 어느 정도 영화의 흐름이 코미디가 들어갈 것을 예상했다..^^;



이 포수들은 단 하루만에 멧돼지를 잡아버린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괴수 멧돼지의 새끼를

잡아버린다....^^;

그 새끼마저 다른 사람들 눈에는 충분히 괴수로 보이니 이장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잔치를 열어

마을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새끼를 잃은 어미가 가만히 있을리 만무하다.. 잔치판을 엎은 멧돼지..그리고 그 엄청난 크기


정말 코뿔소만한 멧돼지가.....ㅡㅡ;;;;;;;



이제부터 전쟁은 시작이 된 것이다.

이제 윤제문은 더 이상 1인자가 아니었다.

그의 스승이자 손녀를 멧돼지에게 잃은 바로 이 사람.......


장 항 선.. 그는 정말 포수였고 평생을 산에 바쳐온 사나이였다.

사실 초반에 멧돼지의 소행인 줄 모르게 사람이 죽어나갈 때도 이 사람만은 야생동물의 소행이라

주장하고 있었지만 다들 코웃음 쳤다. 하지만 일이 이쯤되니 이제 그는 주인공이다.



참.... 주인공얘기를 하고 있자니 우리가 잊고있는 사람이 생각이 난다.

바로 이 영화포스터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경찰..... 엄 태 웅


그는 치매어머니를 모시고 만삭의 아내까지 이끌고 시골로 발령받은 불운의 경찰이다.

그가 시골로 내려오자마자 사건은 터지고 치매걸린 어머니의 행방불명으로 그도 이 사건에 동참하

게 된다. (사실 엄태웅이 치매걸린 어머니때문에 산에 올라간다는 설정은 좀 억지로 만든 설정인

듯 했다ㅡㅡ)



어쨋든 본격적인 전쟁은 시작이 되었고.....

사람들은 멧돼지를 잡기 위해 산을 오른다.


엄태웅, 장항선, 윤제문....

그리고 두명..... 이들이 누구인지는 얘기를 안했던 것 같다...ㅡㅡ

카메라를 들고 있는 여인네는 눈썰미 좋은 사람이라면 알듯~

뜯겨진 손이 잡지를 잡고 있는 사진의 여인으로 박사학위를 위해 멧돼지를 추격하는 연구원이며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저 남자는 사건이 일어나자 중앙에서 파견된 형사다.

어쨋든 이들은 산에서 좌충우돌하며 멧돼지를 사냥하기 시작한다.

중간중간에 허접한 CG는 차치하더라도 엄청난 속도로 뛰어다니는 멧돼지가 산속을 달리는 노인네

와 여자를 포함한 사람들을 잡지 못한다는 것도 웃기는 장면이었다.



중반 이후부터는 정말 영화의 장르를 알 수 없었다.

호러로 시작한 영화가 윤제문과 연구원간의 멜로가 섞이는 듯 싶더니

어느새 엄태웅의 누드로 열연한 코믹까지.....


영화 참 알 수 없었다....^^;

결국 멧돼지는 주인공 엄태웅이 잡는다.

장항선이 알려준 '벼락틀'의 원리를 이용한 엘레베이터로 무참히 깔아뭉개기로~

그 과정까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뭐랄까 아직은 우리나라가 '고질라'나

'킹콩'같은 괴수영화를 만들기에는 좀 부족하다는 느낌만을 준 영화인 듯 하다.

물론 재미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그들이 표방한 한국형 괴수 블록버스터가 아닌 것만은 분명

한 듯 했다.(개인적인 입장에서는 '괴물'이 천배 나았던 듯...)

그냥 시간은 남고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기 위해 보는 분들에게는 추천한다.

하지만 이 영화로 인해 뭔가 얻고 싶은 분들(뭐 우리나라 괴수영화의 시초니 이런 의미)이나 영화

를 보고 돈 생각이 나면 많이 속상하신 분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은 영화이다........ㅡㅡ;;;;



다음에는 좀 더 정교한  CG와 탄탄한 시나리오의 괴수영화가 나오길 기대한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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