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 닮으면 어떻게 되는데?
히로코 : 아뇨.
어머니 : 닮으면 안되는 거니?
히로코 : 닮아서라면 용서할 수 없어요. 그게 절 선택한 이유라면. 전 뭐가 되는거죠?
그가 첫 눈에 반했다고 했어요. 전 그걸 믿었고요.
첫 눈에 반한 것도 따로 이유가 있었군요. 전 속은 거예요.
어머니 : 중학생을 질투하는 거야?
히로코 : 그래요.
수능을 마치고 1월의 어느 눈오는 날이었다.
'러브레터'
개봉한 지 시간이 꽤 지난 영화였다.
믿거나 말거나 수능준비 때문에 영화 한 편 제대로 보지 못했던 수험생 시절을 보냈기에...
영화평이 너무 좋았던 터라 수능이 끝나면 꼭 봐야지 하고 있었다.
혼자 보기 싫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하고도 보기 싫어서 눈오는 어느 늦은밤 홀로 방안에서 본 걸로 기억난다.
순백의 눈밭,
나카야마 미호가 검고 검은 머리카락을 뒤로 젖힌채 그 아름다운 눈동자를 내보이며 시작하던 영화의 시작은 아직도 생생히 뇌리에 남아있다.
우연히 마주한 옛 연인의 첫사랑이 자신과 닮아 있다는 것을 알고 질투하고 속상해 하는 히로코의 모습은 막 20살을 앞두고 있던 내게 묘한 감정으로 다가왔었다.
세상에 남아있는 또 한 명의 후지이 이츠키는 또 다른 이츠키에 대한 감정에 대해 부정하려 하지만 놀랍게도 그녀는 그와의 모든 기억들을 추억하고 있었다.
히로코의 단언에도 고개를 갸우뚱하던 그녀에게 찾아온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도서대출권 뒷면에 그려진 초상화를 봤을 때 두근거리던 내 가슴도 이츠키의 그것과 함께 어디론가 추락하는 듯 했다.
(사진 출처 : Daum 영화)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내 앞에 펼쳐진 순백의 새벽은 영원토록 내 가슴에 이 영화를 새겨넣어 버렸다.
며칠 전 다시 DVD를 꺼내 보았을 때도,
역시나 내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든....'러브레터'
첫사람, 첫마음, 첫설레임을 느끼고 싶은 분들....이 영화 꼭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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