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국산 애니메이션 둘리.


나는 가끔 "일본에 토토로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둘리가 있다"라는 생각을 한다. 캐릭터의 디테일면에서나 작품 자체의 퀄리티에서 비록 밀리기는 하지만 설정이나 개성, 발상은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둘리 엄마는 '하나'라는 첫째를 낳고 둘째 애를 낳자 둘째라는 의미로 '둘리'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빙하기때 길을 잃고 급속냉각되어, 노랫말 그대로 빙산타고 서울 한강까지 떠내려온 둘리는 처음 '개'로 오인 받아 길동이네 집에 기거하게 된다. 그리고 길동이네 집에서 얹혀살며 사귀게 된 친구들과 엄마를 찾아 모험을 하는게 이 작품의 주 내용이다.




이 만화를 그리고 애니메이션화 한 김수정님은 둘리에게 엄마 찾아 삼만리류의 성장배경을, 또치나 도우너, 마이콜에게도 각각 어두운 과거를 부여했지만 (이들에겐 미안하지만) 작품에는 전혀 어두운 기색이라곤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천연덕스럽게 둥글게 사는 그들의 모습에선 희망이 엿보인다.


더군다나 이들이 매번 겪는 실패나 길동이의 야단에 기가 죽어 혀를 내밀고 어깨를 늘어뜨린채 대문옆 담벼락에 앉아 신세를 한탄하는 장면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둘리 일행이 마치 자기 자신 처럼 느껴졌을 것 같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개성있는 설정과 어떤 시나리오에나 투입해도 될 것 같은 독특한 등장인물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도 유아나 아동 관객들을 너무 의식한 탓인지 TV판 이후 제작된 극장판 애니의 작품 완성도가 아주 별로 였다는 것이다.


하루 하루 길동이네 집에서 쫓겨나고 밥을 못 얻어 먹을 걸 걱정하는 둘리 일행이야 말로 정리해고와 취업을 못해 방황하는 현 시대의 청장년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나싶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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